철도노조의 20여일동안의 민영화 반대 투쟁 파업이 12월 30일부로 사실상 종료되었다.
파업을 지지하는 입장으로서는 상당히 안타까운 심정이며,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기에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
1. 사실 철도라는 그 자체가,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국민의 이동권과 관련되어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설립된 수서발 KTX의 별도 법인의 경우, 법인의 형태가 주식회사이며 코레일의 지분과 기타 연기금의 지분이 대략적으로 4:6정도 된다.
이 말인즉슨, 이렇게 설립된 기업은 공공성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 아닌, 수익성을 우선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 당장 시점에서는) 민영화는 아니다. 지분 구조가 코레일, 정부주도의 연기금 (국민연금 등)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레일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연기금의 특성상 반드시 수익을 내야만 하는 구조이다. 수익을 낸다는 그 자체가 어찌보면 공공성과는 거리를 두는 의미이지 않은가?
2. 1번 내용과 연계되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주식회사 형태의 법인을 설립하면서 정부가 내세운 논리는 경쟁체제의 확립이다. 기존의 철도공사라는 공기업이 방만한 경영을 통해 적자가 누적되어 감당하기 힘들기에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 효과를 노리고, 코레일의 각성을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말이 되지 않는게, 수도권고속선(수서발 KTX의 공식 선로 명칭이다. 혼용해도 이해해주기 바란다.)과 기존의 경부고속선(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라고 보면 된다.)의 수요처는 다르다. 일단 수서역의 위치는 서울시 강남구 수서동일대. 한마디로 강남권에 위치한 역이다. 이 곳에 역이 생기게 될 경우 기존에 서울역을 어쩔 수 없이 이용하던 강남, 분당, 성남일대의 주민들은 수서역으로 와서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분당 끄트머리인 오리역에서 수서역까지 분당선 전철을 이용하게 되면 1250원의 요금(교통카드 기준)과 30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반면 오리역에서 간선급행버스인 8100번 버스를 타고 서울역까지 이동을 하게 될 경우 교통카드 기준 요금이 2000원이며, 교통 사정이 좋아도 45분을 넘긴다. 또한 분당에서 서울 도심을 이용하는 직행좌석버스들의 서울도심 회차구간은 서울 시내에서도 막히기로 상당히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반대로 기존에 서울역이 가까운 고양, 일산 주민이 수서역에 KTX가 들어온다고 해도 이용하지 않는다. 일산신도시에서 수서역까지 가려면 3호선 전 구간을 도는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또한 3호선의 선형 자체가 고양시 구시가지를 경우하고, 강남 구간에서도 고속터미널을 경유하기 위해 우회하는 만큼 전철을 이용해 수서역에 접근하는 방법은 경쟁력이 떨어진다. (일산선 끄트머리에 있는 대화역에서 수서역까지 전철을 이용하면 90분이 걸린다.) 강남에서 일산/고양 구시가지를 오가는 9700/9600번 버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올림픽대로/강변북로의 상습정체때문에 수서역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서울역까지는 명성/신성의 서울역행 직행좌석버스들이 너무 많다싶을정도로 있어, 이를 이용할 경우 30~40분이면 충분히 서울역까지 도착한다. 수서역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경쟁이라는 개념이 맞지 않는 노선에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논리는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
3. 정부가 제시한 의견 중에서, 일단 자회사를 세워서 수서발 고속철도를 운영한 다음, 나중에 코레일의 경영사정이 좋아지면 돌려받는다는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수서에서 출발하는 열차들의 경우 엄청난 흑자가 예상되는 노선이다. 수서역의 경우는 일반철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강남, 성남, 분당권 주민들(+ 출퇴근 인원들. 강남역에 가면 강남구/서초구 주민들보다 강남역 주변으로 놀러온 사람들과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으며, 판교 등지에도 여러 IT기업이 입주를 하고있는데, 이 사람들이 KTX를 이용한다면 수서역을 이용할것이 뻔하다.)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다. 앞의 내용과 연관되는 내용일지도 모르겠지만, 수서역에서 조금만 더 나가면 나오는 구룡마을(개포동 일대), 동탄역일대의 동탄 1/2신도시, 광교신도시, 조금 더 확장하면 용인 수지구일대 등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및 아파트 단지가 지어질 곳이 많으며, 지제역 일대 또한 역 주변에 신도시 조성이 계획되어있다.
기존 서울역일대의 경우는 서울의 중심지이다보니 주거단지는 생각보다 적으며(없다고 봐도 무방할정도다), 광명역일대는 광명공항이라고 놀림을 받을정도로 주변은 허허벌판 그 자체. 지금 공사중인 수도권고속선과는 달리 주거단지가 없고, 열차를 이용하기 위해 서울 및 인근 도시에서 직접 이동을 해야한다.
이러한 흑자노선을 자회사를 통해 설립을 하고 경영권이 좋아진다는 것은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코레일이 이 노선을 직접 운영하여 부채를 줄인다는게 더 논리에 맞지 않은가?
4. 자회사 설립으로 인해 황금노선을 직접 운영하지 못하는 코레일의 경우, 기존 경부고속선의 이용자들이 일부 수도권고속선으로 이동함에 따라 적자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본다. 철도공사의 경우 KTX에서 나오는 수익을 이용해 다른 노선의 적자를 메우는 방식으로 운영중인데, 이것을 못하게 되는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코레일은 기존의 적자노선을 정부에 반환하게 될 것이고, 이 노선들이 조금씩 쌓이게 된다면 코레일이 아닌 다른 업체들이 이 노선을 운영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희망하는 시나리오의 민영화이기도 하다.
참고링크 : 조사부장님의 블로그 (클릭하면 이동합니다.)
5. 어찌되었건 철도노조는 파업을 (사실상) 중지하였다. 수도권고속선을 운영하는 신규법인의 설립을 막지도 못하였고, 기본적으로 현 정부는 파업철회를 '자신들의 승리'라고 생각하며 이용할 것이 뻔하다. 또한 앞으로 일어날 파업 또한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는(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밥줄을 끊는다는) 것을 더욱 확고히 한 셈이 되어버렸다.
6. 철도가 만약 민영화가 된다면,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철도 이용자이다. 비록 자신이 단기적으로는 철도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모르는 일. 비록 단기적으로는 민영화가 좋다고 보이게끔 하기 위해 정부에서 철도요금을 어느정도 통제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철도요금 상한제 폐지 등을 통해 민영화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요금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요금은 업체 마음대로 변경될 수 있다. 또한 안전문제의 경우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사기업의 경우 이윤을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기에 열차 및 선로 점검횟수를 최소화하게 될 것이다. 안전부분에서는 계속적인 점검을 해도 모자란 판국에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업체는 최소한의 점검만 하게 될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고가 광명역과 죽전역에서 있었던 탈선사고. 분기기의 나사 하나때문에 문제가 된 것인데, 코레일에서는 비용을 최소화하려고 외주를 준 것이 모든 사고의 원인이다. 공기업 형태에서도 재무구조 압박때문에 이런 일이 있는데, 사기업이 된다면 이보다 더 심할 것은 뻔하지 않을까?
7. 이렇게 민영화로 인해서 돌아오는 피해는 철도 이용자들이 될 것이 뻔한데, 방송3사+조중동을 비롯한 주류 언론사들은 파업과 관련된 보도를 할 때 철도 이용자들에게 이용자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정부의 입장'만을 보도(좀 더 간이 부은 언론사는 대놓고 정부를 옹호하는 경우도 있다. TV북조선이라던가, 북조선일보라던가)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보도가 먹힌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고 있으니 다른 매체를 접할 기회가 없는 입장에서는 언론이 저렇게 선동하는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신뢰도따위는 없는 대통령의 발언을 믿을수밖에 없다고 본다. 물론 언론이 문제가 된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긴 하지만, 어찌보면 정부의 '닥치고 민영화'정책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정말 안타깝다. 또한 이제 철도를 시작으로 의료, 상수도, 전기, 가스 등 다른 분야들 또한 선진화 내지는 다른 번듯한 이름을 앞세워 민영화(사실 민영화라는 말을 쓰기에도 애매하다. 사유화가 맞지만 일단은 민영화라 쓴다.)를 할 것이 너무나도 뻔하다. 정말 앞으로 나라가 어찌 돌아갈지 모르겠다. 걱정이다.
근거있는 비판은 받아들이고 다시 생각해보겠지만, 근거없는 비난에 대해서는 단호박하게 무시합니다.
특히 일베충들은 꺼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