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무조건 좋은 정책일까?
아무래도 정권이 바뀌니 비정상적인 휴대폰 요금을 현실화하는 요구가 강하고, 이에 따라 그 방안(?)인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다만 이를 받아들이는 네티즌들은 '자급제는 무조건적인 선, 이통사가 폰을 파는 것은 악' 이라는 구도로 인식을 하는 것 같아 상당히 안타깝다.
단말기 자급제는 물론 장점이 있다. 이통사가 휴대폰에 직접적으로 간섭하지 못해 단말기에 가해진 통신사 커스텀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약정과 그로 인한 위약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나 또한 이러한 장점때문에 해외폰 직구해서 주구장창 쓰고 있는 것이고.
하지만 이렇게 공기계를 제값주고 산다면 실질적인 단말기 가격은 비싼 것이 흠이다. 단적으로 이통사의 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으며, 플래그쉽 모델의 경우 100만원에 가까운 가격을 한 번에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신용카드가 있는 사람의 경우 그나마 할부가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신용카드를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니 할부구입의 혜택을 보는 사람은 지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다. 1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그대로 들어가기에 실질적으로 통신비 인하의 효과는 상당히 적다고 할 수 있겠다. 그밖에도 이통사에서 테스트하지 않은 단말을 사용하게 될 경우 통신망에 물려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통사는 이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단적으로 블랙베리 키원의 경우 SKT망에서 멀티캐리어 사용시 통신망이 끊기는 문제가 있는데, 이는 절대 SKT가 해결해주지 않는다. 소비자가 블랙베리를 들들 볶아 패치를 만들어 배포하게 하던지, 아니면 멀티캐리어 사용을 포기하고 특정 대역에서만 폰을 쓰게끔 세팅을 하던지 해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사실 이렇게 자급제만을 무작정 바라보게 된 이유는 이통사들이 자기네들이 유리한 구조를 계속 만들어오면서 카르텔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보조금 상한제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주는 보조금은 그나마도 한정되어 있으며, 분리공시제를 도입하지 않아 보조금의 투명성이 없어 소비자의 신뢰는 없다. 그밖에도 그 투명성 없는 보조금을 바탕으로 각종 위약금을 매기니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위약금이니 뭐니 싫은 사용자들은 미개통 공기계를 구해서 사용하는데 출고가보다 10%나 더 비싸게 사야 함은 물론이고, 개통시에도 이통사를 반드시 거치게끔 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무약정 기계나 이통사의 공식 출고가는 기기 출시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내려가야 하는데 도통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고있기도 하고. 그밖에도 IMEI화이트리스트 제도 때문에 자급제폰을 제대로 쓰려면(VoLTE와 같은 것들) 이통사를 거치게끔 해 사용자들은 불편을 초래한다.
이러한 짓거리들을 당해온 소비자들은 이통사를 무조건적으로 악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 또한 심히 이해는 되는 바이며 이통사를 옹호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실제로 나도 해외기기 사용하면서 VoLTE로 삽질해온 경험도 있고, 이통사가 제공하는 와이파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대리점 가서 맥주소 등록하는 것도 귀찮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통사들이 무작정 폰을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통사들이 폰을 팔지 못해 나오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할부 문제이다. 당장 이통사들이 폰을 팔지 않으면 할부구매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은 폰이 좋아지고 세계적으로 쓰는 주파수도 비슷하다 보니 별 문제가 없겠다만 간혹가다 아까 언급한 블랙베리 키원과 같은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통사가 공급하는 폰에서 통신이 안된다거나 하는 것과 같은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결국 자급제로 폰을 구매하는 것과 이통사를 통해 폰을 구매하는 것 모두 나름의 장단점이 모두 있는 것이다. 각자의 장단점이 너무나도 명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두 제도를 모두 살려 이통사는 이통사대로 무한경쟁으로 폰을 팔아 단말기값을 낮추고, 자급제를 할 사람들은 자급제를 해 서로가 원하는 형태로 폰을 사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일본에서는 아이폰이 출시되고 몇 달만 지나면 약정걸고 0엔폰이 되며, 미국 또한 이통사 프로모션이 엄청나다. 그런데 그렇다고 일본과 미국에서 자급제 폰을 구하기 어렵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그냥 여러 선택지들 중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폰을 사는 것일 뿐이다.
또한 두 판매방식이 모두 공존하게 된다면 둘 사이의 경쟁 또한 치열해져 단말기의 가격이 낮아짐은 말을 할 필요도 없다. 적어도 휴대폰과 같은 시장경제의 원리가 돌아가는 분야에서는 경쟁은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좋은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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